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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까지 짓밟은 ‘경찰 폭력’

2008년 6월 29일(일) 오후 8:11 [한겨레신문]



[한겨레] ‘거리에 누운 시위대’ 방패·곤봉으로 후려쳐

전경 ‘YMCA연맹 눕자 행동단’ 수십명 밟으며 지나가
시민들 “때리지마” 외쳐도 “어이~” 함성 지르며 진압


29일 0시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옆 골목. 진압 병력이 이곳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100여명이 달려왔다. 태평로 시위 행렬의 옆구리가 뚫릴 수 있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을 막아선 시민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0시20분께 무장한 전투경찰들이 시민들을 향해 접근했다.

“경찰이 옵니다. 팔짱을 끼고 누워 이곳을 막읍시다.”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회원들로 구성된 ‘눕자 행동단’ 50여명이 앞장을 섰다.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함께 팔짱을 끼고 거리에 누웠다. 좁은 골목에 7~8열 정도의 ‘인간 바리케이드’가 만들어졌다. 남은 시민들은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대치선 앞쪽에 낮고 긴 화단을 늘어놓았다.

[시민제보] ‘눕자 행동단’ 짓밟고 곤봉 내리치는 생생 영상



잠시 주춤하던 전경들 뒤쪽에서 “해산, 앞으로 나가”라는 외침이 들렸다. 곧바로 “어이~어이~” 함성을 지르며 전경들은 드러누운 시민들을 짓밟으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경들은 누워 있는 시민들을 방패로 마구 내리찍고 발로 짓밟고 긴 곤봉으로 후려쳤다. 곳곳에서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무차별적인 진압에 놀란 시민들은 “때리지 마” “때리지 마”를 외쳤다. 하지만 경찰 마이크에선 “앞으로 나가”, “빨리 정리해”라는 날카로운 명령이 반복됐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우산을 휘두르며 경찰에 맞섰지만 경찰은 더 무자비하게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세게 몰아붙였다. 경찰은 방패 등에 맞아 다친 채 뒹굴고 있는 ‘눕자 행동단’ 수십명을 발로 짓밟고 지나갔다. 뒤쪽에 있던 시민들은 황급히 도망쳐 골목길을 내려왔다. 전경들은 도망가는 시민들을 뒤쫓으며 계속해서 방패를 휘둘렀다. 옆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 김성복(40)씨는 “어떻게 그렇게 누워 있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내리찍을 수 있느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정말 어느 나라 경찰인지 의심스러웠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열 맨 앞에 누워 있던 회사원 강아무개(32)씨는 코뼈와 광대뼈가 부러지고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강씨는 “누워 있는데 방패 모서리에 여러 차례 얼굴을 찍혔다. 도망쳐 나오면서도 곤봉과 방패로 많이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두개골 주변의 뼈가 어긋나며 공기가 들어가는 바람에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강씨를 처음 치료한 한양대병원 쪽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창수 와이엠시에이 팀장은 “전경들은 방패로 맨 앞줄에 누워 있던 시민들의 정강이를 치고 머리를 들면 머리를 마구 쳤다”며 “다른 사람들도 광대뼈 부위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등 많은 시민들이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눕자 행동단’을 만든 이학영 와이엠시에이 사무총장은 “경찰이 해산 경고도 없이 여성들까지 마구잡이로 방패와 곤봉으로 찍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며 “비폭력 기조를 지키려는 시민들조차 폭력으로 진압하는 정부가 과연 촛불시위가 폭력적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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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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