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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거침없는 사회진출? 천만에!

2008년 6월 26일(목) 오후 7:10 [한겨레신문]



[한겨레] 통계로 본 ‘오해와 진실’ 세 가지

4년째 다국적기업에 다니는 김영아(29·여)씨는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남성 신입 사원이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심 노리던 국외 교육 기회도 다른 남성 신입 사원에게 돌아갔다는 말도 들었다. 김씨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회사에 항의나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최근 임신해 출산·육아 휴직을 가야 하는 처지여서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점차 늘어나며, 특히 갓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20대 여성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씨 말을 들어 보면 그 속사정은 복잡한 듯하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알파걸’이 주목받기도 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전문직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걸을 두고 ‘여초 현상’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한다. 여성 취업률이 남성을 앞질렀다거나, 초등학교에는 여교사가 많아 ‘남교사 할당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도 나온다. 우리 사회 20대 여성들은 과연 이렇게 ‘잘나가고’ 있을까?

오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제13회 여성주간을 맞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우리 사회의 20대 여성들을 조명하는 행사 ‘2029 오아시스’를 기획하며 그 하나로 ‘20대 여성 청년층의 취업 현실’이라는 이슈 분석을 내놓았다. 2007년 통계청의 비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이 자료는 잘나간다는 20대 여성을 둘러싼 ‘세 가지 오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알파걸’ ‘여초현상’ 극히 일부에 해당
실업률 남성보다 높고 ‘니트족’은 갑절


■ 20대 남성보다 여성의 실업률이 더 낮다? 2007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주로 사회 진출을 시작하는 나이인 25~29살 여성의 실업률(2.79%)이 남성(6.36%)에 견줘 절반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취업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취업률은 여성(65.36%)이 남성(71.29%)보다 낮았다. 이렇게 여성의 실업률과 취업률이 모두 남성보다 낮은 현상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20대 후반부터 남성보다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살 이상 인구 가운데 조사대상 주간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사람들로, 취업 의지는 있지만 알맞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 20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다? 2007년 전체 여성 취업자 수는 983만여명으로, 2000년에 견줘 10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대 여성 청년층은 취업률이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을뿐더러, 취업자 수는 209만여명으로 2000년(218만여명)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2004년부터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의 비율은 전체 여성의 40% 가량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임금 격차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통계청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를 보면, 20대 초반에는 성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던 임금은 25~29살부터 남성(165만3천원)과 여성(150만7천원)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30~34살 여성 임금은 남성의 83.6%에 그친다.

결국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성별 임금 격차도 여전하다는 얘기다.

■ ‘니트족’은 남성이 더 많다?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직업이 없으면서도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젊은이를 가리킨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할 수 있으면서도 일자리를 갖지 않은 청년층이 이에 해당한다.

2007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남성 니트족이 75만여명으로 여성(47만여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니트족 셈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는 달리 가사, 육아, 군입대 대기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니트족 통계를 다시 내 보면, 여성이 179만여명으로 남성(81만여명)보다 갑절 이상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사와 육아를 여성만의 책임으로 한정짓지 않는다면 여성 니트족이 남성보다 갑절 이상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슈분석을 한 최나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은 “실질적인 청년 실업층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높은데도, 오히려 20대 여성들이 남성이나, 다른 나이대 여성들보다 취업 상황이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며 “이런 선입견 때문에 20대 여성들이 관련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WRITTEN BY
정현석
이것저것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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